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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경화 동부산대학교 총장

    부산 동부산대학교가 최근 전문화된 커리큘럼과 높은 취업률을 앞세워 작지만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주목받고 있다. 산학연계 교육체제와 취업준비 프로그램을 확립함으로써 2020년에는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강소대학이 되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는 리더십으로 무장한 류경화 총장이 있다.

    류경화 총장_ 아무리 바빠도 반드시 하루 한 번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해 학생들의 편지를 확인한다. 학교식당 반찬 가짓수를 늘려달라는 사소한 건의부터 학교 환경을 정비해 달라는 부탁까지…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기쁨이기도 하거니와,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힌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섬김의 가치를 몸소 깨닫게 하는 산 교육
    학교 축제가 젊음의 열기를 발산하는 장場이라는 점은 어느 대학이나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동부산대학교의 설봉축제 풍경은 여느 대학과는 확연히 다르다. 매년 10월 열리는 이 학교 축제 첫날, 캠퍼스 잔디운동장에 모인 동부산대 학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분주해진다. 한쪽에서는 풍선을 불어 풍선아치를 만드는가 하면, 그 반대쪽에서는 의자 세팅작업이 한창이다. 무대 주변에서는 예비 군인인 이 학교 부사관과 남녀 예도단禮刀團이 멋진 제복을 차려 입고 ‘받들어 칼’ 제식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혹 귀한 손님이라도 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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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갖지 않는 줄 알았는데, 그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주고 축하해 주었지’ 하고 말이죠.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향한 작은 관심으로부터 행복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요.”
    학생들 역시 합동결혼식의 수혜자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되다’는 말처럼, 행복해하는 이탈주민들을 보며 ‘나도 크든 작든 보탬이 되었다’는 사실에 함께 행복해진다는 것. 그렇게 형성된 마인드는 졸업 후 직장생활에 꼭 필요한, 주변사람을 배려하는 자세와 원만한 대인관계로 이어진다는 게 류 총장의 설명이다. 합동결혼식을 준비했던 경험을 적은 자기소개서가 높이 평가되어 대기업에 입사한 학생들도 많다고 한다. 합동결혼식은 단순한 자선활동을 넘어 학생들에게 배려와 섬김의 가치를 몸소 깨닫게 하는 류 총장만의 살아있는 인성 교육인 셈이다.

     

     

    학생들의 진로 놓고 자정까지 마라톤 회의
    지난 2013년 12월 동부산대 8대 총장이 된 류경화 총장은 취임 당시부터 화제를 낳았다. 류 총장은 동부산대 37년 역사상 첫 여성 총장이다. 그녀의 남편은 부산교육대학교 5대 총장(2009~2013년)을 역임한 김상용 박사다. 부부가 함께 평교수로 출발해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의 총장에까지 오른 사례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김상용 박사는 류경화 총장에게 있어 먼저 대학 총장을 지내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전해주는, 훌륭한 롤모델이기도 하다.
    “학교를 이끌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난관이나 문제에 부딪힐 때도 많죠. 그럴 때면 남편도 선임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등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갖죠. 남편은 항상 기본과 원칙을 중시하라고 강조하는데, 그 말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습니다.”
    고교 시절 진로를 생각하다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로마 시인 유베날리스의 말에 감명을 받고 체육학과 진학을 결심했다는 류 총장.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지만, 스포츠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기에 그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도 생각이 미쳤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에는 미국 스포츠아카데미에서 스포츠마케팅을 공부한 뒤, 교육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30년 넘게 동부산대 유아교육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그러다 보니 부산지역 교육청 장학사, 유치원 및 어린이집 원장·원감·교사 중에는 류 총장의 제자가 많단다.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은 일선 교육현장에서 또 다른 학생들을 가르칠 것이기에, 교수시절 제자들에게 교사가 갖춰야 할 올바른 마음가짐을 심어주기 위해 늘 애썼다는 류경화 총장. 대학의 경영자가 된 지금은 대학 경쟁력 강화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대학진학 인구 감소로 인해 교육부는 정원감축, 학과 통폐합 등 대학 구조조정에 한창이다. 이에 류 총장을 중심으로 한 동부산대 교수진들은 ‘진실된 인재’ ‘창의적 인재’ ‘전문적 인재’를 목표로 삼고 연일 대책회의를 여는 등 졸업생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교수와 학생이 결연을 맺어 취업과 진로에 대한 조언을 주고받는 멘토-멘티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자격증반 및 원어민 영어회화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요. 학생 한 명 한 명의 진로를 놓고 교수님들과 고민하며 회의를 하다 보면, 자정을 훌쩍 넘길 때도 많습니다.”

     

    기업도 대학도 끊임없는 혁신이 요구되는 시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5~29세 청년 435만 명 중 112만 명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청년들의 고민이 ‘취업할 곳이 없다’라면, 기업들의 고민은 ‘쓸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 대학에서는 나름 고심하며 커리큘럼을 세워 열심히 가르치지만, 그 내용이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이나 역량과는 여러모로 동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기업에서는 애써 뽑은 인재들에게 현장에 필요한 실무를 처음부터 새로 가르쳐야 하고, 이는 고스란히 시간과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이 점을 잘 아는 류경화 총장은 동부산대가 양성하고자 하는 인재상을 ‘졸업 후 곧바로 현장에 뛰어들어 일할 수 있는 인재’로 새롭게 설정했다. 산업현장에서 다년간 근무한 베테랑들을 교수로 초빙해 국가직무능력NCS 중심 교육과정을 개발해 운영함으로써 산학이 연계된 교육체제를 완성하겠다는 목표다.
    “기업처럼 대학도 끊임없는 자기혁신과 체질개선이 요구되는 시대가 온 거지요. 저희 동부산대는 비교적 규모가 작지만, 그만큼 의사결정이 신속해서 변화에도 잘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부산대학교에는 매직엔터테인먼트과, 해양산업잠수과, 장례행정복지과 등 다른 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학과들이 여럿 존재한다. 보다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시대의 요구에 딱 맞는 인재들을 길러내기 위해 전문대학 특성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결과다. 전국적으로도 이런 학과가 설치된 대학은 동부산대가 유일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지난 2008년 매직엔터테인먼트과 신설을 주도한 것도 류 총장이다. 드라마나 가요처럼 마술이 한류를 선도하는 문화콘텐츠가 될 것으로 판단해 시작한 일이었다.
    “물론 고생이 많았지요. 마술에 재능 있는 학생을 찾아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습니다. 학생은 마술을 좋아해서 그 쪽으로 진로를 정하고 싶은데 부모님이 반대하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 부모님을 설득하는 일도 제 몫이었습니다. 실력 있는 마술사를 초빙하기 위해 일본에도 다녀왔습니다.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마술사들은 힘들여 연구하고 터득한 노하우를 좀처럼 공개하지 않거든요.”
    그런 노력 끝에 설립된 매직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세계 유일의 마술 전문학과로 차츰 명성을 얻어가고 있다. 반갑게도 이 학과 출신 마술사인 유호진, 안하림 등이 마술올림픽, 월드매직세미나 등 세계적인 마술대회에서 최고상을 휩쓸며, 자신과 모교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세상과 자신을 바꿀 수 있다
    총장 임기가 끝나는 올해 12월 7일까지 약 6개월을 남겨놓은 지금, 학교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한 류경화 총장의 노력은 차츰 결실을 맺고 있다. 지역 전문대학 중 유지취업률(졸업자가 취업 후 일정기간 뒤에도 그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는지를 토대로 조사한 취업률)에서 2012~2013년 1위를 기록하는 등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다. 문현금융산업단지·정관산업단지 등 주변 지역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들어서는 것을 계기로 현장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학과를 개설함으로써 산학연계 교육체제 마련에 기여하겠다고 한다.
    “중국 고전인 <중용中庸> 23편에 보면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총장으로서 저의 경영철학이기도 합니다. 꿈은 저절로 이뤄지는 것도, 누가 대신 이뤄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분명한 목표와 비전을 갖고 한걸음씩 부지런히 움직여야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의 ‘마부위침磨斧爲針’ 또한 류 총장이 즐겨 인용하는 고사성어다. 어느 분야이건 최고의 전문가를 만나보면 하나같이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극복하며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꾸준한 노력으로 정진해 온 그들의 삶을 설명하기에 이만큼 좋은 고사성어도 없다는 생각에서다.
    “남들이 걸었던 길을 답습하는 것으로는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청춘은 너무도 아까운 시기지요. 그래서 뭔가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틈날 때면 학교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학생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며 대화하는 시간도 갖고요.”
    반듯한 인성 위에 창의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실무능력까지 갖춘 ‘진짜 프로’를 양성하고 싶다는 류경화 총장. 그녀의 경영철학을 들어보니 동부산대학교가 작지만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주목받는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글 | 김성훈 기자   사진 | 홍수정 기자   디자인 | 김진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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