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dership] 정보과잉시대의 커뮤니케이터 인포그래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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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신문·방송은 물론 인터넷·스마트폰·SNS 등 뉴 미디어로부터 연일 엄청난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 복잡한 정보도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단 한 장에 전하는 인포그래픽 디자이너가 각광받고 있다. 국내 첫 인포그래픽 업체인 ‘바이스버사’의 두 청년 대표가 말하는 인포그래픽 디자이너의 세계!
백 마디 말보다 강력한 이미지 한 장
안녕하세요? 인포그래픽 디자이너 김묘영, 정다은입니다. 여러분은 혹 인포그래픽infographic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인포그래픽이라는 단어가 친숙하든 그렇지 않든, 여러분은 이미 인포그래픽을 여러 번 접해 보셨을 것이고 앞으로 접할 기회는 더 늘어날 것입니다. 인포그래픽이란 말 그대로 ‘정보information’와 ‘그래픽graphic’의 합성어로, 대량의 정보를 그래프·차트·이미지·로고·일러스트 등을 활용해 일목요연하고도 정확하게 전달하는 이미지 매체를 말합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 붙어 있는 노선안내도, 선거 개표방송에 나오는 후보별·정당별·지역별 지지도를 분석해 보여주는 그래프 등도 넓은 의미의 인포그래픽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인포그래픽의 중요성은 왜 앞으로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을까요? 오늘날은 책·신문·방송은 물론 인터넷과 스마트폰 붐을 타고 떠오른 페이스북·트위터·유투브·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방대한 정보가 쏟아지는, 이른바 ‘빅 데이터big data’ 시대입니다. 최근 2~3년간 만들어진 정보의 양은 인류가 과거 30만 년 동안 만든 정보의 양과 비슷하다니, 놀라울 따름이지요? 이같은 엄청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하고 가공해 시각화visualize하고, 그 정보들 간의 관계나 의미, 패턴을 파악해서 이미지로 제시하는 것이 인포그래픽인 것입니다.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요즘 우리나라 출산율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 잘 알고 계시지요? 이대로 가면 2050년경에는 대한민국 인구 700만 명이 감소하고, 2110년에는 전체인구가 2,500~3,000만 명 정도로 줄어들 전망입니다. 약 400년 뒤에는 한민족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 정보를 인포그래픽으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요?
위 내용에서 키워드는 바로 ‘대한민국’과 ‘인구’입니다. 대한민국이란 단어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태극기나 한반도 지도 이미지가 주로 검색됩니다. 인구는 사람으로 대체해서 검색하면 다양한 이미지와 아이콘이 나옵니다. 이제는 이 둘을 결합하여 우리나라의 상징과도 같은 태극무늬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사라져가는 모습으로 인구 감소를 시각화하면 됩니다(다음 쪽 그림 참조). 이 인포그래픽은 간단하면서도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의 심각성을 잘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처럼 인포그래픽은 보는 이의 흥미를 유발할 뿐 아니라 방대한 양의 수치나 데이터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으며, 이미지로 되어 있어 뇌리에 오래 남고 SNS를 통해서도 빠르게 확산되는 효율적인 매체입니다.
인포그래픽, 모바일시대에 더욱 더 각광받는 매체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던 저희가 창업을 결심한 것도 이런 인포그래픽의 장점에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외국에서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인포그래픽이 기업이나 브랜드의 홍보·마케팅 수단, 언론 및 방송의 보도자료 등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었거든요. 우리나라에도 얼마 안 있어 인포그래픽이 각광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 저희 두 사람은 드디어 2010년 9월 1일, 노트북 한 대와 돈 50만 원씩을 갖고 ‘바이스버사 디자인 스튜디오’를 창업하게 됩니다. 바이스버사Vice Versa란 ‘거꾸로, 반대로’라는 뜻의 영어단어로,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 항상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하고 연구하겠다는 크리에이터creator로서의 신념을 담은 이름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거창하고 규모 있는 프로젝트를 수주받아 진행해야지’ 하는 포부를 가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여러 공모전에서 수상한 경험을 살려 공모전에도 응모하고, 평소 알고 지내던 트위터 친구들이나 함께 사무실을 쓰는 회사에서 일감을 받아 작업하면 그럭저럭 회사를 꾸려나갈 정도는 충분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마침 국내에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본격적으로 보급되어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 사용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인포그래픽은 단숨에 주목받는 정보전달과 마케팅 수단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는 대신 걸어다니면서 SNS나 인터넷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오늘날, 간단명료한 이미지로 구성된 인포그래픽은 쉽게 핵심을 파악할 수 있어 뇌의 부담을 줄여주거든요.
저희는 저희의 인포그래픽들을 회사 홈페이지v-vdesign.com와 트위터, 페이스북에 올려 누구나 자유롭게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온라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셈이었지요. 그런데 그 인포그래픽들이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주문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음세대재단, 문화체육관광부, SK브로드밴드, 아모레 퍼시픽, GS칼텍스, KBS, 한국관광공사 등 대기업이나 정부기관, 공공단체와 함께 일한 지 어느덧 6년째가 됐습니다. 대한민국 인포그래픽 어워드에서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고, 한국관광공사의 감사패를 받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저희를 ‘춤추게’ 하는 건 역시 클라이언트의 찬사입니다. ‘역시 바이스버사야!’ ‘그 복잡하던 정보가 쏙 들어오네’ 하는 말을 들을 때면 이루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낍니다.
임팩트 있는 인포그래픽을 만드는 비결은?
인포그래픽을 주제로 학교나 기업, 단체에서 강연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어떻게 하면 훌륭한 인포그래픽을 만들 수 있을까요?’입니다. 인포그래픽도 일종의 디자인이기 때문에 1차적으로는 뛰어난 디자인 스킬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데이터를 해석하여 메시지를 구성하는 ‘기획능력’입니다. 인포그래픽을 제작하려면 일러스트나 포토샵 등 이미지 제작·편집 프로그램 못지않게 데이터 분석·통계 프로그램인 엑셀을 다루는 데 능숙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데이터를 구조화시켜 하나의 일관된 흐름이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거든요.
그러려면 평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풍부한 배경지식을 갖추기를 권합니다. 정치·문화·경제·IT·브랜드·일상생활 등 세상 모든 것이 인포그래픽의 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언제 어떤 주제로 제작의뢰가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평소에도 인터넷 검색·자료 수집·광범위한 독서를 통해 상식을 쌓아두면 아무래도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요.
최신 토픽이나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신문도 두 개 이상씩을 구독하고 있으며, 바빠서 볼 시간이 없을 때는 스마트폰으로라도 반드시 뉴스를 확인하고 좋은 내용은 직원들과 공유한답니다. 길을 걷다가도 디자인에 영감을 주는 이미지나 풍경이 눈에 띄면 놓칠세라 스마트폰으로 찍어 둡니다. 덕분에 32기가나 되는 저장공간도 부족할 지경이지요. 톡톡 튀는 아이디어나 위트도 이런 성실한 노력이 뒷받침되는 가운데 나오는 것입니다.
또 인포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능력으로는 대범함과 세심함이 있습니다. 인포그래픽 한 장에 담아낼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생각보다 매우 적습니다. 모든 데이터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검토한 뒤 인포그래픽을 제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내용을 인포그래픽에 반영할 수는 없습니다. 전체적인 맥락을 잡아내는 통찰력과, 줄기를 잡아내되 곁가지는 과감히 잘라내는 ‘선택과 집중의 묘’가 필수입니다.
그리고 세심함, 즉 디테일에 강하면 더욱 더 완성도 높은 인포그래픽을 만들 수 있습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단 몇십 초 만에 스윽 훑어보는 간단한 인포그래픽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랍니다. 인포그래픽에 들어가는 로고나 아이콘, 사진, 폰트 등에는 엄연히 저작권이 있기 때문에 상업적 용도로도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한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또 정확함이 생명인 인포그래픽에서 오탈자나 틀린 정보가 있다면 곤란하겠지요? 저희를 믿고 일을 맡겨준 클라이언트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요. 그래서 완성작이 나온 뒤에도 여러 번 출력해 체크합니다.
퀄리티 높은 인포그래픽을 만드는 마지막 요소로 팀워크를 꼽고 싶습니다. 저희 둘로 시작한 바이스버사 스튜디오도 어느덧 대학생 인턴을 포함해 8명으로 식구가 늘어났습니다. 인원이 늘어나면 더 크고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겠지요.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피드백을 거치는 동안 결과물의 완성도도 높아지게 마련이고요. 그 과정에서 배가 산으로 가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은 리더의 몫이랍니다.
늘 새롭지 못하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저희는 대학에서 인터랙션interaction 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인터랙션이란 영어로는 ‘상호작용’이라는 의미인데요. 인간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서로 작용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는 디자인 분야입니다. 평소 여러분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내비게이션의 인터페이스를 생각해 보시면 어느 정도 감이 올 것입니다.
인터랙션 디자인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하는 일을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전에 없던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여 사람들의 지지와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직관성입니다. 누가 봐도 ‘아, 이 기호는 이 뜻이구나’ 하고 단박에 이해할 수 있게 디자인해야 합니다. 점 하나를 찍고, 선 하나를 긋고, 색 하나를 칠하더라도 명확하고 논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가령 ‘남성의 뇌 vs. 여성의 뇌, 어떻게 다를까?’를 주제로 인포그래픽을 만든다고 해 봅시다. 흔히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빨간색으로 표현됩니다. 그런데 남자를 빨간색, 여자를 파란색으로 표현한다면 보는 이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포그래픽에서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색을 활용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다면 빨간색을, 삼성이 클라이언트라면 파란색을 주로 써야 하겠지요? 이처럼 인포그래픽은 철저히 사용자를 배려하는 마인드에서 만들어집니다.
보통 대기업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은 패션이면 패션, 전자제품이면 전자제품 식으로 한 가지 분야의 작업만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인포그래픽 디자이너는 다릅니다. 항상 다루는 주제가 바뀌고, 새로운 방식의 디자인이나 플랫폼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에 변화를 즐기고 도전하는 마인드를 배우고 싶은 이에게는 정말 좋은 직업입니다. 지난해 저희는 GS SHOP의 회사소개서를 제작하는 일을 했는데 올해 또 그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관점을 완전히 달리해 새로 지은 GS SHOP 신사옥 사진을 찍어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요즘 예전에 저희가 만들었던 인포그래픽들을 틈틈이 리뉴얼하는 중입니다. 처음 만들 당시에는 ‘열심히, 잘 만들었다’ 싶던 것들도 지금 와서 보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족한 점이 눈에 띄어 낯이 살짝 붉어지곤 합니다. 항상 새로운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하루하루 새롭게 발전하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지 못한다면 저희 같은 크리에이터는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닐까요? 그것이 바로 저희 바이스버사만의 차별화전략이자 창의성의 원동력인 것입니다.
* 본 포스팅은 2015년 7월호 투머로우 기사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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