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u]아야꾸쵸에서 만난 할머니, 나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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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u]아야꾸쵸에서 만난 할머니, 나의 할머니
[Peru]아야꾸쵸에서 만난 할머니, 나의 할머니
나를 이끌어 갈 원동력은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감사
어떻게 일 년을 살까 했는데 벌써 돌아갈 날이 되었다. 광활한 페루의 자연과 소박한 페루 사람들은 나에게 전에 없던 마음을 가르쳐 주었다. 그 마음은 앞으로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든 나를 이끌어 갈 힘이 되어 줄 것이다.
목적과 방향을 잃은 대학생활
공부에 찌들어 있던 고등학생 시절, 나는 대학에만 가면 행복할 거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대학교에 입학한 작년 한 해 동안, 나는 정체성을 잃어 버렸다. 남들이 다 가니까 그냥 들어간 대학에서 분명한 목표도 없고 꿈도 없이 하루하루 수업시간만 채워 가는 내 모습이 한심했다. ‘지금까지 나는 뭐하고 살았나? 오로지 나만을 위해, 공부를 위해 살았다. 나를 포장하면서…’ 그때 지인들을 통해 전부터 들었던 해외봉사활동이 생각났다. 좁은 대한민국을 벗어나서 나를 위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삶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어색함은 곧 익숙함으로
내가 선택한 나라는 남미대륙 서쪽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잉카문명의 본거지 페루였다. 처음 페루에 와서 버스를 탔던 때가 생각난다. 우리나라의 버스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페루 시내버스는 일명 ‘버스 안내양’이 있었다.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하고 발전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길거리를 지날 때면 ‘치나(china)’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여기서는 눈이 옆으로 찢어진 동양인을 보면 무조건 ‘치나’라고 한다. 처음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는데 이제는 익숙해졌다. 하긴 지금은 모든 것이 다 평범하게 느껴진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도 페루 사람이 돼버린 것이다.
나를 성숙하게 하는 오지여행
봉사활동 중에 한 달에 한 번은 여행을 한다. 끝없는 사막, 안데스 산맥, 그리고 아마존의 밀림까지 3색의 광활한 페루의 자연 앞에 서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 또한 여행은 나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어 주었다. 전에 내가 했던 여행은 지인들과 숙소를 예약해 두고 철저하게 계획을 짜서 떠나는 여행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의 여행은 ‘어디서 묵을지, 무엇을 먹을지’ 전혀 예정된 것이 없는 막연한 여행이었다. 돌이켜 보니 편하고 풍족한 여행보다 힘들고 어려웠던 여행이 훨씬 더 기억에 남는다.
10월에는 ‘아야꾸쵸 안다마르카(Ayacucho Andamarca)’라는 곳에 있는 친구 Ines의 할아버지의 집에 갔다. 5월에 방문했던 ‘쎄로 데 빠스코(Cerro de Pasco-해발 4,700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에 비하면 낮지만 그래도 해발 3,550미터에 있어 고산지대에 속하는 곳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쉬어도 적응을 할까 말까인데 소를 돌보러가는 Ines의 할머니를 따라나선 게 문제였다. 그날 저녁 머리가 아프고 소화가 안 되더니 숨도 쉬기 어려웠다. 전형적인 고산병 증세였다. 쎄로 데 빠스코에서의 악몽이 떠올라 할 수만 있다면 당장에 돌아가 버리고 싶었다. 할아버지 집이 고산지대에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지 않은 Ines가 원망스러웠다. 결국 그날 밤 나는 병원에 갔다. 의사에게 증상을 설명하는데 누군가 진료실 문을 열고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다. Ines의 할아버지였다. 연세가 많아 다리를 가누기도 힘드신데 내가 걱정이 되어 병원까지 찾아오신 것이었다. “Esta bien(괜찮니)?” 하고 물으시는데, 순간 너무 부끄러웠다. 나 같으면 불쑥 찾아온 객이 아프다고 하면 귀찮고 신경 쓰일 텐데, 할아버지는 내가 뭐라고 여기까지 오셨나…. 할머니는 야생초를 불에 그을러 주시며 배에 넣고 자라고 하셨다. 할머니는 케추아어를 하셔서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마음은 통했다. 나는 조건 없는 그분들의 사랑으로 고산병을 이겨낼 수 있었다.
나를 이끌어 갈 원동력
어떻게 일 년을 살까 했는데 벌써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곳에서 배운 것이 있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나는 페루에서 배운 말 중에 “Como esta(어떻게 지내세요)?”라는 말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를 시작할 때 건네는 인사다. 마음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좁은 내 안에 갇혀 살던 내가 다른 사람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은 페루 사람들의 조건 없는 사랑 덕분이다. 또한 너무 평범해서 모르고 살았던 작은 일들에 대해 감사할 줄도 알게 되었다. 모기에 1,000방을 물려도, 물이 없어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도 살 수 있음을 알았다.
이곳에서 얻은 새로운 마음들이 앞으로 나를 이끌어 갈 원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 나는 꿈이 생겼다. 에스파뇰을 계속 공부해서 다시 돌아오고 싶다. 나의 두 번째 고향 페루로!
성혜림 굿뉴스코 페루 9기 단원
숭실대학교 유기신소재파이버공학과 2학년인 그녀는 리마의 산마르코스(SAN MARCOS)대학교에서 한국어 클래스를 열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리마에도 한류열풍이 불어 한국어 클래스는 인기만점이라고 한다. 페루의 산간마을에 사는 소박한 이들의 삶과 함께하며 진심어린 사랑과 감사를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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